The Work of Kim, Hyun-Sook
Kim, Sung-Hee | Director at Project Space Sarubia, Art critic
The very first thing the human created was a tool. Throughout history, the human have been making a suitable tool for each task. That is why tools, among remains of ancient man-mades, have been excavated across various historical places. It is true that human history starts with tools. So much so that history of tools manifests the progress of human civilization from the primitive to the society of high technology. In this sense, tools hold a unique place within the history of nature in that they are what only human can make.
Interests in tools, in art, have been continuously witnessed from ancient wall paintings in caves describing various hunting tools up to our contemporary life. The very first introduction of those tools into a subject matter of art, however, was originated from Marcel Duchamp’s ready-made and things of everyday life as a subject matter of Pop art. Since then, a tool has been recognized to have artistic value in art history. Claes Oldenberg pushes it further through exaggerating sizes of tools – such as a shovel, a screw, and so on – by several thousand times and showing them in public. That is, by magnifying them to a certain extent that they become useless in reality, he assumes an acute critical attitude toward mechanical civilization of the present. In this way, a tool has been an artistic vehicle to represent human civilization for contemporary artists.
Then, how does Kim, Hyun-Sook’s tool come into her art work? Considering her childhood, her interest in a tool came about so naturally. Since her father was a tile-maker, Kim grew up playing around a tile-kiln and witnessing processes of making tiles. What she played with were tools around a kiln. Her choice of a tool as a subject matter of her art is no wonder in this context. As an essential and faithful companion, a tool should be under absolute control. of an artisan and thus enable him to produce brand new images. To her artistically sensitive eyes, hands of an artisan, tools and their collaboration product, which are tiles, might be seen energetic. Thus, hand tools for print works mainly appear in her works. Kim, who very much dislikes mechanical tools operating repeatedly, shows her great affection toward her own tools which she insistently applies to her work. Her intention to express herself through her own finger-marked working tools has an affinity with that of a poet who wants to present this own emotion, desire, act, and thoughts with his own unique poetic words. Beyond their own functions, tools have been established as her own artistic language, that is, as a signifier for her life experiences and her being as an artist. This is clearly shown in that she mentioned that her “art is one of ways to express myself and also the continuous relationship between tools and me confirms my existence.” Indeed, she already came to realization that an object should embody the marks of a human being in order to be humanized.
Recently there is detected a huge change in her work where she has been making objects as shadows of her existence. Unlike her early works where she worked on producing negative spaces through engraving tools on aluminium boxes, her recent works evince her interests in positive spaces of cut-out tools made of epoxy resins and beeswax. Kim tries to manifest the beauty of blank space more three-dimensionally through modulations of positive and negative in the relationship between tools themselves and negative images of tools on the aluminium box produced by lithography, wood-block printing, and photo transfer. Moreover, her effort to express the harmony between symbolically feminine tools and masculine ones, suggests her different approach to the subject of sexuality from others in cotemporary art. This manifests that she has become true to symbolic and communicative aspects of tools from her life experiences.
Human being, according to Kim, Hyun-Sook, is her future subject matter. She is in a way fortunate since, thanks to her father’s occupation, she naturally acquired the subject matter of her art, which is a tool signifying her own existence. Upon her fist solo show where she intends to develop human stories as one of ways to confirm her own being. I hope for her own artistic maturity in the near future.
김현숙의 작품세계
김성희 /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디렉터, 미술비평
인간이 만든 최초의 피조물이 도구였다.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사람들은 일을 할 때마다 그 일에 어울리는 도구를 먼저 만들곤 했다. 그래서 인공물의 시초로 오늘날 현존하는 것 중에서 역사가 깊고 넓은 지역에 확산되어 있고 가장 많은 수에 달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역사는 도구로부터 시작되고 도구의 역사는 문명이 가장 원시적인 상태에서 현대의 고도 문명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수없이 진화해 온 증거를 말해주고 있다. 말하자면 자연의 역사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증거인 셈이다.
예술에 있어서의 도구에 대한 관심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암각화와 동굴벽화에 묘사된 다양한 사냥도구 등을 비롯하여 지금까지도 인간의 생활 속에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도구가 예술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현대에 이르러서 뒤샹(Marcel Duchamp)의 ‘레디-메이드(ready-made)’와 팝아트에서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기 시작하면서부터이며 이러한 출발로 인하여 미술사적인 관점에서 도구가 예술의 진정한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올덴버그(Claes Oldenberg) 같은 작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삽, 나사못…,’ 등과 같은 공구류를 실물의 수천 배가 될 정도로 대형으로 제작, 외부에 설치하여 현실적으로 사용 불가능한 크기로 과장되게 표현해 냄으로서 갈수록 비중이 커가고 있는 현대 기계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담아내 오고 있다. 이렇게 도구는 현대미술의 인간문명을 상징하는 미술 소재로 다양하게 다루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 김현숙의 작업에 나타난 도구의 모습, 이것은 그녀의 삶과 어떤 인연을 갖고 등장하게 되었을까. 그녀의 유년시절을 돌이켜 보면 김현숙이 도구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될 정도로 풍부한 요인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부친은 기와 제작하는 일에 종사했으므로 자연 그녀는 어린 시절 기와를 제작하는 가마주변에서 보내게 되었으며 기와 제작과정을 현장에서 보면서 성장했다. 그녀의 장난감은 바로 가마터 주변에 놓여 있었던 도구들이었던 셈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김현숙에게 그녀가 작가의 길을 걷게되면서 자신의 예술적 화두를 도구로 택하게 된 것은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로부터 나온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도구, 새로운 무엇을 창조해내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품인 이것은 장인들의 손놀림에 충실한 동반자가 되어야 했으므로 장인의 손놀림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여져야 했고 그럴수록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지곤 했다. 어릴Eo 작가적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그녀의 눈에 장인의 손과 도구 그리고 손놀림으로 빚어지는 기와의 모습들이 무척이나 역동적인 에너지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연출하는 화면과 공간 속에 드러나는 도구들은 주로 판화작업에 쓰이는 손 작업도구들이다.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기계적인 도구들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꺼려하는 태도를 지닌 그녀의 작품에 보여지는 손 도구들은 작가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것만을 고집할 정도로 이들에 대한 애착 또한 유별날 정도로 대단하다. 작가 자신의 손 때가 묻은 작업도구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하는 그녀 작업의지 속에서 마치 시인이 자신만의 시어(詩語)를 통해 자신의 감정, 욕구, 행위, 의식 등을 말하려 하는 것 같은 고집스러움마저 느끼게 된다. 도구의 본래 기능을 넘어 작가의 체험과 삶을 반영하는 ‘작가 자신’의 존재를 의미하는 의미소(意味素)가 되어버린 도구들은 이미 그녀의 언어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실을 단적으로 설명이라도 하듯이 그녀는 “작업은 ‘나’라고 하는 존재를 표현하는 한 방법이며 작업과정에서 사용되는 ‘도구’와 ‘나’와의 끊임없는 관계를 통해서 ‘나’라는 존재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라고 밝힌 바가 있다. 말하자면 물질을 인간화하려면 그 안에 한 인간의 흔적이 담겨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일찍부터 터득했던 셈이다.
요즈음 물질을 자신의 존재 그림자로 만드는 작업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대학원시절부터 알루미늄박스에 음각으로 도구를 오려내는 마이너스적 공간 연출에 몰두해온 그녀가 요즈음 에폭시와 밀납을 재료로 선택하여 도구들을 떠낸 플러스적 공간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노타입의 석판과 목판기법 그리고 사진전사기법으로 처리된 알루미늄박스를 움푹 파내어 만들어낸 도구적 이미지와 결합되는 도구 자체의 이미지, 이 둘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음양의 변화를 통해 여백의 미를 좀더 입체적으로 드러내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상징성을 중심으로 도구를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어 이 둘의 조화를 화면에 담아 보고조함으로서 현대미술에서 흔히 다루어지고 있는 ‘성’(性)의 문제와는 다른 각도로 작업을 모색하고 있다. 이것은 삶으로부터 출발하는 도구의 언어성과 상징성에 그녀가 좀더 충실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간, 바로 이것을 미래의 작품소재로 삼으려 하는 작가 김현숙. 인간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도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려는 그녀는 부친의 생업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화두를 얻게된 행운을 지닌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 확인이라는 문제를 놓고 끊임없는 인간의 애기를 풀어내고 싶어하는 그녀의 첫 전시를 보면서 이보다 더 성숙된 자기 언어를 지닐 수 있는 더 큰 행운을 갖게 할 깊은 통찰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