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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EXHIBITION

Make Your Life as Art (Review of Kim Hyunsook’s work)

Hwang Rok-Ju | The curator and art critic, Seoul Museum of Art

Life is full of various materials. From morning to night, it is impossible that we live with any material. Let’s go over our daily life. Bed, pillow, blanket, cup with a full of water, alarm clock, sleepers, switch, lantern, microwave, and frying pan…Just for going over ten minutes in my morning schedule, I will need to deal with many different things.

If we look at those things individually, they are nothing but just a “thing.” However, when they are connected with some type of motion, those are more than just a “thing.”Those materials become meaningful depending on what type of activity they are engaging in and what kind of combination they belong to. The way each individual item is used, the memory that the item was used for different daily use, the familiarity of the work makes a new story detaching from its original use. These materials lead us to make something new and meaningful. Even if we purchase same ready-made indigents, the final outcome can come out differently depends on who cook, and the food can serve different purposes.

The artist Kim, Hyunsook’s “Plamodel” series focus on the different usage of daily life material, its metaphoric expression, and its meaning. As you know, plamodel is a toy that some people might have play with in childhood. In a rectangular frame, there are several plastic components lined up, in order to complete a whole “model” while assembling each piece. Imagining the entire picture shown on the cover box, you assemble parts into a complete whole. Then, the rectangular frame has only “frame,”and your mission is completed. Each individual, meaningless component turns out to be something meaningful.

Kim Hyunsook, while looking at plamodel, found some similarity between plamodel and our daily life. There exists an original process called “play”between the two. The playful human being, “homo ludens” makes his life with play, and furthermore makes a culture. This logic may not be applied to all, but the individual play that each person gets his own meaningful pleasure, becomes more than just “playing.” It influences on people’s thoughts and draws a line between life and death. If a plamodel is a toy that makes people feel pleasure of the entire process (although they know what the final outcome would be), the life of a human being can be the same: although you don’t know how your final result will turn out, you will enjoy your life with pleasure and figure out what the most important thing is in your life, while dealing with many different things.

The artist’s father was a potter who made tiles for roof. When she was young, she used to play with her father’s tool at his workplace. To her father, those were valuable tools; on the other hand, to her, those tools were used quite differently. However, the activities that she and her father dealt with, her father’s making of tiles, and her play—these altogether delivered each meaningful message to both her and her father, and later led her to work on a plamodel by using various tools and materials.

In her work, the materials that she used within the frame of plamodel are nothing special. Her first work was a key for her studio. Her studio was the place where she spent most of her time, a dreamland that has lots of imaginary works, and her reality. The key that opens her door to the workplace also opens her mind and let her face what she thinks the most important. Taking this as her stepping stone, she used a saw, scissors, hammer, hinge, and press tool in her work, and furthermore, she used cell phone, comb, glasses, and hair tie for daily use. The plamodel that consist of those materials does not give a full completion of a being, but shows a great balance work—like “House Plamodel,” or “Ladder Plamodel.”

In particular, “Play-plamodel,” the one that constructs a space with various materials along with a stick, fills out space like drawing. The structure faithfully follows the rules of balance and combination, which can be the basic rule that most formative arts should follow. What makes me most interesting is that the artist uses materials for inventing her own thoughts and history and makes her own patterns in her work. It is not necessary to know how each item carries its meaning. What the artist tries to convey is the way each material forms or each meaningful thing can turn out to be something important to the viewer as well, instead of emphasizing the role of individual material. She tries to objectify her thoughts by showing something that we can find in daily basis. “Plamodel 5” can be a good example. This work shows only frame excluding other materials, which symbolizes the final destination of her journey.

To the artist Kim Hyunsook, making a plamodel is a fun play, and the imagination of going for one another is another play. This play can link to creating art. When her play turns out to be an art and delivers an artful message from its original “being,”the viewer can feel their life can be an art too. Various things that surround life, daily life that we share our breeze, individual characteristics, perception, experience that shapes our life cannot be overlooked. How we make those things meaningful is depends on how they think those were valuable. By this playful activity, the artist tries to make her life as art and she provokes the idea that life itself is art through her piece.



당신의 삶을 예술로 만들어라

김현숙 작품론
황록주 |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미술평론가

삶은 다양한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잠드는 그 순간까지 단 하나의 물건도 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잠시 그 여정을 쫓아가보자. 침대, 베개, 이불, 자리끼가 담긴 컵, 알람시계, 슬리퍼, 스위치, 전등, 문, 손잡이, 세면대, 칫솔, 치약, 비누, 머리빗, 수건, 화장품, 밥그릇, 접시,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프라이팬… 겨우 아침시간 10분을 찬찬히 돌이켜보더라도 내 몸을 거쳐 가는 물건은 수도 없다.

그런데 하나하나 따로 떼어 놓으면 그저 하나의 물건일 뿐인 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과 서로 짝을 이루기 시작하는 순간 단순한 ‘물건’ 그 이상의 것으로 변한다. 각각의 물건은 어떤 활동과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또한 누군가와 어떠한 조합을 이루어내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그들 나름의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각각의 물건을 사용하는 방식, 저마다 다른 일상을 겪으며 쌓여온 추억, 되돌아볼 겨를도 없이 몸에 배여 있는 익숙함 같은 것은 객관적인 사물들이 지니는 사전적 의미와는 거리가 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러한 물건은 우리들 모두에게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게 한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가 저마다 다른 것처럼 시장에서 구입한 레디메이드라 할지라도 어떤 이의 손을 거쳐 쓰이는가에 따라 그 다양한 물건들은 개개인의 역사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작가 김현숙의 ‘플라모델 plamodel’ 연작은 바로 이러한 일상의 사물들이 제각각 다른 맥락을 갖추어가는 순간과 그들을 매개하는 방식, 또한 그것이 만들어내는 저마다의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플라모델은 어린 시절 누구라도 한 번쯤은 갖고 놀았던 기억이 있는 놀잇감으로, 사각의 틀 안에 플라스틱으로 된 조각조각의 부품이 늘어서 있고, 이들을 하나씩 떼어 순서에 따라 조립하면 완성된 하나의 ‘모델’을 이루도록 고안된 것이다. 상자 겉면에 인쇄된 완성품의 근사한 모습을 상상하면서 작은 부속품들을 조심스럽게 맞추어 가면 어느새 부품이 늘어서 있던 사각 틀은 그 뼈대만 앙상하게 남고, 눈앞에는 완성품이 제 모습을 갖춘다. 처음에는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를 낱낱의 부품들이 저마다의 맥락에 따라 의미 있는 것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김현숙은 바로 이러한 플라모델과 개개인의 삶이 영글어가는 방식의 유사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는 ‘놀이’라고 하는 본래적 형태의 프로세스가 공존한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는 놀이를 통해 삶을 구성해나가고, 나아가 문화를 만들어낸다. 모두에게는 아닐지라도 개개인에게 의미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각각의 놀이는 단순한 놀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통틀어 한 사람의 의식세계와 삶의 경계선을 그려나갈 만큼의 영향력을 갖는다. 하나의 플라모델이, 이미 완성품이 어떤 것인지를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게 하는 놀잇감이라면, 사람의 일생은 종국에 다다를 모양새가 어떠한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막연함을 넘어 다양한 사물을 통해 생각하고 이루어가는 모든 과정들을 겪으며 얻게 되는 즐거움을 찾는 여정이며, 그것이 바로 인간에게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지표가 된다.

작가의 아버지는 기와를 만들어내는 도공이었는데, 어린 시절 그녀는 아버지의 기와 가마터에서 그가 사용하던 이름 모를 수많은 도구들을 장난감으로 삼았다. 그녀의 아버지에게는 유용한 도구였으나 그녀에게는 본래의 용도를 벗어난 도구였던 셈이다. 그러나 그 물건들을 통해 벌어지는 모든 일, 그녀의 아버지에게는 기와를 만드는 일, 또한 그녀에게는 도구를 가지고 노는 일, 그 둘 모두는 각자에게 의미 있는 ‘놀이’였고, 훗날 작가가 다양한 도구와 물건들을 하나의 플라모델로 만들어내게 한 원형이 되어주었다.

그녀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면, 플라모델이라는 형식 틀 속에 들어앉은 사물은 사소하기 그지없다. 그녀가 처음으로 만든 것은 작업실의 열쇠다. 작업실은 그녀가 가장 많은 시간을 생활하는 공간이며, 즐거운 상상이 둥둥 떠다니는 꿈의 공간이자 가장 치열한 현실의 공간이다. 그토록 중요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열쇠는 작업실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작가의 내면으로 향한 문을 열어주어 그녀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 여기는 모든 것들과 마주하게 한다. 이를 시작으로 해서 그동안 작업을 할 때 사용했던 톱, 가위, 망치, 경첩, 프레스기 같은 도구들이 작품 속에 등장하고, 휴대전화, 빗, 안경, 구두, 머리끈 같은 생활도구들도 하나의 맥락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물건으로 구성된 플라모델 작품은 실제 플라모델 장난감처럼 완성된 하나의 형태를 애초에 상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House plamodel>, <Ladder plamodel>같이, 평소에 작가 스스로가 꿈꾸고 있던 형태의 근사한 조합을 이루어내는 작품으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특히 플라모델의 틀을 이루는 막대와 함께 다양한 물건들이 공간을 구성해내는 <Play-plamodel>과 같은 설치작품들은 거대한 공간을 마치 드로잉을 하듯 매워나가는데, 그 구성 방식은 시각적인 조형물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어야할 균형과 조화와 같은 다양한 덕목들을 성실히 따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러한 덕목을 이루는 데 사용되는 사물은 철저히 작가 개인의 역사와 그녀가 갖고 있는 사물의 개인적인 의미에 충실하고 있으며, 각각의 위치선정 방식 또한 작가가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순서에 따른다는 점인데, 사실 그것이 각각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하나하나의 사물이 갖는 의미나 그들의 중요도를 관객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구성되는 방식, 또한 각각의 의미 있는 사물이 관객 그 누구의 삶에서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지극히 사사로운 것을 통해 객관화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이 바로 플라모델의 빈 틀만을 캐스팅해 놓은 <Plamodel 5>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사물이 배제된 프레임을 전면에 부각시켜 완성 혹은 결말로 향하는 여정을 은유적으로 사색할 수 있게 한다.

작가 김현숙에게는 플라모델을 만드는 것 자체가 놀이이고, 그렇게 만든 플라모델을 가지고 다시 조합해낼 다음 단계의 완성품을 상상하는 것 또한 놀이이다. 그리고 이러한 놀이는 다름 아닌 예술작품을 만드는 일이다. 그녀가 그녀만의 놀이를 통해 만들어낸 작품들이 또다시 하나의 객관적인 ‘작품’이라는 ‘사물’로 존재하는 순간, 그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당신의 인생을 예술로 만들어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삶을 둘러싼 다양한 물건, 그들과 호흡하는 일상, 그것이 만들어내는 제각각의 의미들이 개개인의 성격, 사고방식, 경험 치에 따라 서로 다르게 조합되는 현실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다.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은, 그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 스스로가 그것을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는가에 달린 문제일 뿐이다. 작가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놀이를 통해 그 스스로의 삶 자체를 예술로 만들고 있으며, 이러한 작품을 통해 그 누구의 삶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