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n artist is like the star of his works, like an athlete in the leading role of his chosen sport. In her monologue the artist Hyunsook Kim writes, “The artist becomes an athlete from the moment she enters her studio, like an athlete becomes an artist from the start of a game”. It’s often said an artist remains in solitude and his creative process is torturous, but I have felt that Hyunsook Kim remains energetic, without time to feel lonely – like an athlete.
According to historical records, use of tools in human history dates back to the Neolithic Age. During this time, stone daggers and stone arrowheads were used for hunting. Since then, many kinds of tools have been developed, to plough a field, or harvest grain. And what’s noticeable here is that, often, both ancient and contemporary tools have all been modeled exquisitely.
Kim’s interest in tools as primary subject matter for her work is due mainly to the memory of her father. Kim’s father was a roof tile manufacturer, and the plant where he worked was her playground as a child. The tools and instruments Kim saw there were her playthings, and the recent absence of her father has encouraged her to revive these tool-memories into works of art. Kim’s artworks have been reminders of her father’s tools and work for more than 10 years.
II.
Hyunsook Kim’s models are drawing-like in their manufacture. In the initial stages of her career, Kim didn’t know how to cast them and thus learned from a guidebook, and through sketching. From the tool drawings that resulted – requested for submission – Kim manufactured tool casts, so that Kim’s tools display a labor-intensive, hands-on technique, proving a high degree of manual sensitivity.
From now on, Kim intends to adjust her work to new circumstances. Seemingly awkward, unlike her other work, new pieces are made by a laser cutting technique, or are rendered through printmaking, to produce different tools – some through a combination of these techniques. Kim even intends a presentation of flying tools using computer animation. And though Kim works in all kinds of mediums, her works are unified within a broad context.
If an artist works in a wide range of mediums, his work’s identity might become ambiguous. Hyunsook Kim however, seems to stay clear of this problem. Despite depicting everyday objects like tools, Kim’s art is free of a frivolous Pop Art attitude, because it is hands-on, tremendously elaborate, and depends on a delicate narrative structure.
In spite of these several merits, what the artist has to overcome is apparent: they encompass how to maintain a certain work quality and value, how to install artworks creatively, and how to interpret them in a wide variety of contexts.
Ⅰ.
작품제작의 주인공은 아티스트이다.
운동경기의 주인공은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김현숙의 독백처럼, 아티스트는 작업실의 문을 여는 순간,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서 행복한 경기를 시작하는 선수가 되고, 플레이어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 역설적으로 고독한 작업을 시작하는 예술가가 되기도 한다.
흔히, 예술가는 고독하고 창작의 과정은 고통스럽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가 만나본 김현숙은 고독감을 느낄 겨를이 없는 마치, 경기중인 선수 같은 에너지를 느꼈다.
유사 이래로 도구의 기원은 언제 일까? 기록을 근거로 유추해 보면, 석기시대에 사냥에 사용되었던 돌칼이나, 돌화살 등이 그것일 것이다. 그 후에 곡식을 수확하거나 갈아서 사용하는데, 필요에 의하여 많은 도구들이 개발되어 왔다. 그리고, 주목할만한 점은, 옛 유물이나 최근에 개발된 신 모델이나 도구는 그 자체로 매우 조형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런 매력적인 도구들이 김현숙 작품의 영원한 테마가 된 것에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한옥이나 절을 건축하는데 있어서 기와를 제작하는 것을 업으로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의 유년시절은 기와를 제작하는 공장이 놀이터였던 셈이다. 그곳에서 보았던 여러 가지 도구며 공구들은 김현숙에게는 장난감이자, 친근한 놀이기구였던 것이다. 그렇게 기억 속에 잠재되어있던 도구들이 작품으로 재 탄생 되게된 계기는 아버지의 부재와 그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작가의 따듯한 본성에서 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10년 이상, 아버지의 도구들을 추억하고 있다.
Ⅱ.
김현숙의 프라모델 제작과정을 보면, 매우 드로잉적 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초기에 행했던 프라모델 제작방식은 말 그대로 수공업에 의존했다고 한다. 캐스팅 하는 방법을 몰라서 교본 한 권을 정하여 연구하며 실습하고, 청계천의 업자들에게 물어가면서 터득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작업의 시작은 도구들의 외형을 손으로 직접 드로잉 하여 그것을 토대로 주물작업을 행하게 된다.(그래서, 드로잉 원본의 출품을 요구했음.)
그러니, 김현숙의 도구들은 수공업을 통한 노동의 고단함과 절실함이 담겨 있다. 마치 그 도구들을 들었던 여러 손들이 느꼈을 그 느낌 말이다.
이제, 김현숙의 작업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려는 듯하다. 작가의 표현대로 내 작품이 아닌 듯 어색하지만, 철판에 레이저 커팅 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판화로 표현하며 도구들을 재 조합하여 전혀 다른 새로운 도구를 창조하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회화로 표현하고, 영상작업으로 플래시기법을 활용하여 도구들이 화면에서 날아다니는 것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정말, 온갖 매체를 총동원하고 있는데 신기한 것은, 큰 맥락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많은 작가들이 여러 매체를 다루다 보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우려한다. 하지만, 김현숙은 비교적 그런 현상에서 자유롭게 보인다. 거기에 도구들에서 느껴지는 팝아트 적인 경박스러움에서도 자유롭다. 그것은 작품의 서사와 제작과정의 치밀함 덕분일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극복해야할 과제도 분명해 보인다. 작품성을 지속시켜줄 시장성을 확보하는 것, 작품이 창의적으로 설치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 도구들이 진화하여 다양한 맥락에서 읽혀지게 하는 것, 도구가 지나친 자기애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