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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EXHIBITION

Kim, Hyun-sook – “Plamodel” of Tools

Park, Young-Taek | Art Critic, Professor at Kyunggi University

Every human being seriously and joyfully plays with objects that s/she is interested. Play with tools is one of those human beings’ activities. So are sports, chess, and card game. Play with characters and figures used to be study. Here books were tools for the play for the Intellectuals in the Medieval age. It is just as today we stay all night before a computer or a TV and manipulate a camera or a car. It is also the same in painting. An artist interestedly and even strenuously plays with her/his materials that s/he works with. S/He does so wondering how people will see the traces of her/his play. What makes that play possible is a human being’s hands. Her/his upright position enables a human being directly with the world. Through making hands essential tools and through their contact with the world, a human being created culture. What makes a human being a true human being is those hands that never rest and that never stop aspiring something.

At the table of my first birthday (we Koreans believe the destiny of a child depends on what s/he picks up at the table of her/his first birthday), I decided my destiny with the very hands of mine. I picked up a pencil that would a tool for my lifelong career.

Kim, Hyun-Sook looks hard at various tools she is using. Creating artworks means working and playing with those tools. So, she works with the very tools themselves. There is also her own personal memory about tools that leads her to focus on them more. That is the memory that in her childhood she played with her father’s tools that makes tiles. Her inherited hands are reborn here in her life of her solitary hands and tools. Every tool still needs hands of a human being and should be together with them. This si the very difference between machines and tools or extended hands of a human being. Without tools, a human being would have not been able to stand loneliness. Tools fill the emptiness that is the absence of the other. She creates her own ‘Plamodel’ with personal tools picked up in her own life, so that she can highlight the notion of play with tools.

I recall my childhood memory that I put together a series of ‘Plamodel’ of Academy Science Co.. The ‘Plamodel’ that requires time and accumulated memories, resides in her works where order and numbers have been erased. That is, her ‘Plamodel’ exists itself in the place of no absolute form and no completion. ‘Plamodel’ on the wall is one that ordinary tools have been extended somewhat and cast in black plastic. Tools cast without volume, even though protruding itself as positive space not limited to the negative one, still remind us negative space. So the like a painting or like a silhouette. They are just like a painting of a silhouette. Therefore, more regard on negative space than one on positive is sensed. Carved-out forms from the space are seen with the wall. I regard black silhouetted forms of tools and then the empty wall. My regard is fixed on the empty and carved-out space. Shadows fallen onto the wall create another painting. The wall makes the outline of objects possible and this carved-out space hints at the potential appearance of another space or an image. Emptiness has a certain fullness. Some of cut-off forms are spread here and there on the floor just like the remains. They seem to contend their won individuality, denying any subjection to the whole. Actually each parts in ‘Plamodel’ is useless by itself. But, Kim, Hyun-Sook silently effaces the wholeness, a certain narrative, and a certain regulation for which those parts exist. For me, in her interest in negative space, her regard on a silhouette in a relation with the empty space, her act of erasing materiality, and so on, I can sense a certain regard and depth of thoughts unique in a woman artist. With silence and multi-layered meanings, her works lead us to the interesting world of new thoughts.

 

 

김현숙-도구들로 이루어진 ‘프라모델’

박영택 | 미술비평, 경기대교수

인간은 누구나 관심 있는 그 어떤 것, 사물을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심각하게, 즐겁게 놀이한다. 도구를 통한 유희가 그것이다. 스포츠가 그렇고 바둑이나 장기, 카드놀이 등이 다 그렇다. 오늘날 컴퓨터 앞에서 밤을 세우는 일이나 TV나 카메라, 자동차 등을 다루는 것이 다 그런 것들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다루는 매체를 가지고 흥미있게, 다소 고통스럽게 논다. 놀고 난 흔적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노심초사하면서 말이다. 그 놀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손이다. 직립을 통해 비로소 몸통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게 된, 흔들리던 손들에 의해 유희하는 인간이 탄생했다. 그 손은 잠시도 쉴 줄을 모른다. 손은 인간 육체에서 가장 멀리 벗어나 세계와 직접 연관을 맺게 하는 기관이다. 손의 연장화, 손의 도구화 그리고 손이 세계와 접촉하고 만나면서부터 인간은 문화를 만들어냈다. 쉬지 못하는 손,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손, 그것은 천형이자 동시에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결정적인 것이다.

나 역시 돌이 되던 날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 것인지를 그 자리에서, 내 손으로 정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아이가…나는 연필을 집었단다. 어른들은 그 아이가 가지고 놀, 평생의 업이 될 도구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김현숙은 작업을 하면서 자신이 쓰는 여러 도구들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어쩌면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이런 저런 도구들을 가지고 유희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해서 아예 이 도구만을 가지고 작업을 해본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도구에 대한 추억이 있기에 예사롭게 보여지지 않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기와를 굽던 아버지의 연장을 갖고 놀던 추억 말이다. 유전된 손놀림은 이제 그녀의 외로운 손과 도구만의 삶 속에서 이렇게 환생했다. 모든 도구들은 여전히 인간의 손을 요구하고 손과 함께 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연장된 손인 도구와 기계가 다른 점이 그것이다. 아마 도구가 없었다면 인간은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타인의 부재라는 공허를 도구가 채워준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건져 올린 개인적인 도구들을 가지고 ‘프라모델’을 만들었다. 도구를 통한 놀이를 강조하기 위해서 말이다.

어린 시절 아카데미과학사에서 나온 일련의 ‘프라모델’들을 공들여 조립하던 추억을 상기해본다. 완성된 형태를 훔쳐보면서 순서대로 끼위 맞춰 가던 시간의 병렬과 축적된 기억을 요구하던 그 프라모델이 그녀에게 와서는 순서와 번호, 시간의 순차를 지운 자리에서 시식한다. 그러니까 이 프라모델은 어떤 정해진 형태, 완성을 지운 자리에서 스스로 존재한다. 벽에 걸린 프라모델은 일상적 도구들을 다소 확장시켜 놓은 것이고 검은 색의 플라스틱으로 캐스팅 된 것들이다. 부피와 볼륨을 지우고 납작하게 떠내진 도구들은 음각의 공간에서 벗어나 양각으로 몸을 내밀지만 자신의 본래의 자리, 음화의 공간을 강렬하게 환기시켜 준다. 안쪽의 텅 빈 부재가 그렇다. 그런데 그 부재는 실재를 있게 하는 부재이기에 부재를 넘어선다. 양감이 거세되어 납작해진 이 도구들은 실루엣처럼, 벽에 그림처럼 걸려있다. 마치 그림자로 이루어진 그림 같다. 해서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에 보내는 시선이 감촉된다. 또한 원래의 공간에서 오려진 형태들은 벽과 함께 보는 이의 시선을 받아들인다. 내 눈은 검은 실루엣의 도구형상들을 보다가 텅 빈 벽면에 가 부딪친다. 그 빈자리, 파내어진 공간에 시선은 주목한다. 벽에 고스란히 떨어지는 그림자들은 또 다른 그림을 그려준다. 벽이 있기에 사물의 윤곽이 가능하고 그 오려진 부분, 공간이 다시 눈을 넘어서는 또 다른 공간, 이미지의 출현에 대해 말해준다. 빔은 어떤 충만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본래의 공간에서 떨어져 나간 일부 형태들은 전시장 바닥에 잔해처럼 퍼져있다. 그것들은 어떤 전체성을 위해 종속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개별성을 증거 하면서 버려진 것처럼 보인다. 프라모델에 끼워진 낱낱의 부품들은 그것 자체로는 사실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지들끼리 모여 이루어야 할 정해진 규범 같은 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라면 김현숙은 그런 총체성, 어떤 정해진 내러티브 같은 것, 목표성을 은근히 지워나가는 편이다. 나로서는 앞에 언급한 마이너스에 대한 관심, 텅 빈 공간과의 관계성에서 실루엣을 보는 눈, 물질성을 지워나가는 것 등에서 일종의 여성작가만의 독자한 시선과 생각의 깊이 등을 접한다. 다소의 침묵 속에서 여러 의미망에 걸친 작가의 작업은 그래서 무척 흥미로운 사유를 증식시킨다.